2월에 들어서며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 한국은 아직도 눈이 내리고 쌀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일본은 벌써 봄기운이 만연해 신기했다. 2월 초 본심사를 무사히 마친 뒤, 이제는 최종 제출을 앞두고 논문을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있다. 본심사에서는 연구의 전체 흐름과 함께 의의를 다시 한번 점검받았고, 각 연구실 교수님들의 깊이 있는 질문들을 통해 논문의 논리 구조를 더욱 단단히 다듬을 수 있었다. 발표를 마치고 지적받은 부분을 중심으로 마지막으로 논문을 재정리하며 최종 원고를 차분히 마무리하고 있다.
본심사를 마친 뒤에는 같은 연구실의 동기들, 졸업 연구 마무리를 준비하는 후배들과 함께 작은 상영회를 열어 영화 <주토피아>를 함께 보았다. 각자의 연구로 바빴던 시간 속에서 벗어나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졌다. 영화 속에서 서로 다른 존재들이 공존하는 모습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우리가 한 연구실에서 함께 성장해온 시간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년동안 논문을 준비하며 자주 방문했던 연구실에도 추억이 많다. 연구실 한 편에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할 일이 많았는데, 식비를 줄여보고자 직접 도시락을 준비하며 일본의 다양한 가정식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일본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식재료인 달콤한 계란말이나 짭짤한 시오콘부(다시마 염장 절임), 튀김 요리 등을 직접 만들어 보며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일본의 여러 식재료들도 맛볼 수 있었다. 특히 색감과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의 도시락 구성 방식이 디자인과도 닮아 있어, 도시락을 통해 일본 식문화의 섬세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2월 초에는 스미다 캠퍼스에서 진행된 SDI-A 워크샵에도 참여했다. 이번 주제는 ‘스모’였는데, 일본의 전통 스포츠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디자인 활동이 중심이었다. 스모의 상징성과 의례성, 그리고 지역 문화와의 연결성을 조사하며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서 스모를 바라보게 되는 경험이었다. 특히 직접 선수들의 케이코(연습 경기)를 보면서 평소에 매체에서 보던 스모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진짜 전통 스포츠란 어떤 것인지를 경험할 수 있어서 무척 의미있는 기회가 되었다.
워크샵과 연구 활동을 마친 뒤에는 마쿠하리 해변의 야외 노천온천을 찾아가 느긋하게 몸을 담그는 시간도 가졌다.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며 긴장과 피로가 천천히 풀리는 것을 느꼈다. 바다를 보면서 지난 시간들을 조용히 되돌아 볼 수 있었고, 지금까지의 경험들이 내게 준 성장과 배움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철거를 앞둔 치바대 기숙사에 마지막으로 들렀는데, 처음 일본에 도착해 설렘과 긴장 속에 짐을 풀었던 공간을 다시 마주하니 그동안의 시간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익숙했던 풍경이 곧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묘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마지막 3월을 앞두고 귀국을 준비하며 남은 최종 제출을 잘 마무리하고, 이곳에서의 경험을 다시 새로운 출발의 발판으로 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