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1년간의 유학생활을 마무리하는 달이자 그동안의 시간을 정리하는 의미 있는 시기였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과제였던 석사 논문 최종 제출을 무사히 마치며, 치열했던 연구 여정을 하나의 결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문장을 다듬고, 도표와 참고문헌을 정리하던 순간들은 쉽지 않았지만, 제출을 마친 뒤에는 해방감과 함께 성취감이 밀려왔다.
논문 제출 이후에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본 국내 여행을 떠나, 오사카와 교토를 방문했다. 특히 처음으로 신칸센을 타고 이동한 경험이 인상적이었다. 정시에 정확하게 출발하고 도착하는 시스템, 그리고 빠른 속도 속에서도 안정적인 승차감과 조용함은 일본 철도교통의 정밀함을 직접 체감하게 해주었다. 또 에키벤(역과 기차 안에서 먹는 도시락)문화도 처음 경험해 보았는데, 오사카의 특산물들을 정갈하고 맛있게 담아낸 도시락이 무척 예뻐서 기억에 남는다.
오사카에서는 도톤보리의 상징인 글리코상을 직접 보며 도시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음식들 역시 인상 깊었는데, 오코노미야키와 이카야키를 비롯한 다양한 해산물 요리는 물론, 스키야키까지 경험하며 일본 식문화의 매력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또한 기대하고 있던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을 방문하여 테마파크 특유의 몰입감 있는 공간 연출과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고, 이는 디자인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경험으로 남았다.
이후 방문한 교토에서는 전통적인 일본의 분위기를 깊이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천 개가 넘는다는 붉은 토리이가 이어지는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압도적인 장관을 이루었고, 천수각에 올라 바라본 풍경에서는 교토의 고즈넉한 도시 구조를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니넨자카나 산넨자카와 같은 전통 식품이나 공예품을 파는 거리에도 들러보았는데, 나마야츠하시나 센베와 같은 일본의 오래된 전통 화과자를 맛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관동 지역과는 또 다른 일본 식문화의 섬세함이 느껴졌다. 넘어지면 수명이 3년 단축된다는 유명한 미신이 있는 산넨자카에서는 졸업과 귀국을 앞두고 동기나 친구들과 마지막 식사 자리를 가질 일이 많아 오미야게(여행 선물)로 친구들에게 줄 전통 별사탕과 센베를 구매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3월 말 귀국을 앞두고 여러 행정 절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전출 신고, 계좌 정리, 휴대폰 해지 등 다양한 서류 작업을 진행했으며, 짐을 정리해 EMS로 발송하는 과정도 준비하고 있다. 이전에도 일본의 EMS를 이용해 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짐의 양과 종류가 많아 집하 서비스도 처음 경험해보았다. 우체국에서 상자와 라벨을 준비하고 짐을 부치는 과정에서 평소에 실제로 사용할 일이 없었던 일본어 회화를 경험할 수 있어서 신선했다.
마지막으로 생활을 정리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유학생활이 정말 끝나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은 단순한 유학 생활을 넘어, 연구자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낯선 환경 속에서 적응하며 쌓아온 경험들,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 그리고 무엇보다 연구를 통해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앞으로의 삶에도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일본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다시금 한국에서의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 나가고자 한다.